(시인 동봉철) 맨유

맨유
붉은 셔츠는 단순한 옷이 아니었다
그것은 함성,
그것은 역사,
그것은 어제의 패배를 견딘 자의 이름이었다
올드 트래포드의 잔디 위엔
기억이 달린다
칸토나의 눈빛, 긱스의 질주, 루니의 날아오름
시간은 지났어도
그들의 발자국은 바람에 묻혀 남아 있다
승리는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다
요즘의 경기력은 가끔
우리를 조용히 만든다
하지만 믿음이란
스코어로 지워지지 않는 법이다
맨유—
우리는
당신의 부진마저도 함께 서있다
유니폼에 새겨진 악마의 얼굴은
오히려 인간적인 상처를 감싸는 얼굴
다시 한 번,
공은 중앙에서 놓이고
우리는 또 희망을 걷는다
패배의 다음날도,
경기장 밖에서도
왜냐하면
그 이름은 단지 팀이 아니라
기억이며, 사랑이며,
우리 마음 한구석의 집이기 때문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다시 날아오르기를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